[글로벌 이슈분석] 유로존 붕괴할 것인가
가이야
2012-07-27 21:39:45 │ 조회 4796

[글로벌 이슈분석] 유로존 붕괴할 것인가

獨·佛 등 위기대응 메커니즘 정비 중

    

 

오랜 원칙을 깨고 유로존의 부실 국채 매입을 선언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건물과 그 앞에 세워진 유로화 상징 조형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22일자 칼럼에서 ‘새로운 영웅
본드(bond)가 유럽연합(EU)에 출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지난해 5월과 11월, 그리스와 아일랜드를 공격해 두 나라를
구제금융의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이 투기 목적의 국채(bond)였다. 이들은 일부 EU 회원국에서 보면 회원국 경제를 죽이는
살인면허를 지닌 ‘악당’ 본드였다.


반면, 유로존(Euro zone·단일 화폐를 채택한 17개 회원국)은 구제금융 채권 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채권이 새로운
‘영웅’ 본드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5일 경제위기에 처한 유로존 회원국들에 제공되는
구제금융인 유럽금융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EFSF) 사무처가 구제금융
채권(rescue bond)을 발행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EFSF가 아일랜드 구제금융에 제공할 850억 유로 가운데 50억 유로(약 7조6500억원)를 조달하기 위해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했는데,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과 기관투자가들이 445억 유로를 갖고
입찰에 참여, 개장(開場) 15분 만에 50억 유로어치의 채권이 다 팔렸다.


이번에 발행된 5년채 EU 구제금융 채권 금리는 2.89%로 예상보다 낮았다.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고 간주되는 독일
연방채권 분트(Bund)의 5년채 금리는 2.3%,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미국 재무증권은 2% 정도다. EFSF는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최고 투자등급인 트리플 A(AAA)를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EU 구제금융 채권이, 안전하면서 독일 연방채권보다 금리가 높아 투자할 만한 상품으로 여겼던 것이다. 현재
유로존 회원국들은 개별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독일 국채, 프랑스 국채, 벨기에 국채…,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번에
EFSF에서 처음으로 유로존을 대신해 구제금융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구제금융 채권 발행은 유로존의 금융위기 전염 도미노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그리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제공받은 데 이어 올 초부터 EU 회원국 가운데 주변국이라고 간주되는 포르투갈, 스페인도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PIGS 국가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주요 언론들은 거의 매일 유로존 자금시장 상황과 주변국의 경제상황, 그리고 유로존 내
최대 경제대국이면서 이번 경제위기 해결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독일, 프랑스 등의 움직임을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유로존은 붕괴할까. 아니면 1999년 유로화 출범 후 최대 위기인 현 상황을 극복하고 한 걸음 더
통합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유럽통합을 면밀히 관찰해 온 필자는 유로존 붕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더디지만 이번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로존 주요 회원국들이 위기 대응 메커니즘을 정비하고 있다.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과 그동안의 경제위기 대응에서 나타난 문제점, 앞으로의 전망을 차례대로 분석한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모두 유럽연합에 가입하면서 많은 혜택을 누려 왔다. 1973년 가입한 아일랜드, 1981년 회원국이 된 그리스는
다른 회원국들에 비해 경제상황이 열악했다. 양국 모두 유럽연합 가입 후 공동농업정책(EU 차원에서 회원국 농민들을 EU 예산으로
지원), 낙후된 지역을 도와주는 지역정책의 주요 수혜자(受惠者)가 되면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 단일화폐 유로 출범 일지



1993년 11월: 유럽연합조약(마스트리히트조약) 효력 발생(단일화폐 통용과 EU의 공동 외교안보 정책 규정)



1999년 1월 1일: 11개국 채택(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핀란드, 베네룩스 3국, 아일랜드. 유럽중앙은행의 거래와 유로존 회원국 거래에 유로 통용됨)



2001년 1월: 그리스 12번째로 유로 채택




2002년 1월 1일: 실물화폐 유통



2007년 1월 1일: 슬로베니아 유로 채택(2004년 5월 신규 회원국이 된 중동부 유럽국가 가운데 최초)



2008년 1월 1일: 키프로스, 몰타 유로존 회원국



2009년 1월 1일: 슬로바키아 유로존 가입



2011년 1월 1일: 에스토니아 가입(유로존 회원국 총 17개국)






유로존 위기의 導火線, 그리스와 아일랜드


두 나라는 유로화 가입 이후 임금상승률이 생산성을 훨씬 초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단위당 노동비용을 100으로 했을 때, 독일은 110에 불과했지만, 그리스는 130이나 됐다. 아일랜드도 120을
넘었다. 최대 경제대국 독일마저도 임금인상을 자제하면서 연금수령 시기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등 개혁을 단행하고 있었다.
독일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했고 경상수지 흑자를 쌓아 갔다.



그러나 그리스는 정반대였다. 58세 정년 후 받는 연금액수가 퇴직 전 급여액의 60%를 넘는 등 독일보다 훨씬 복지 여건이
좋았다. 이처럼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고(高)복지·저(低)부담의 구조를 지닌 그리스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餘波)로 점점 더 어려움에 처했다. 실업자는 급증했고,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서 재정적자가 생겨났고, 기존의 경상수지 적자도
누적됐다.



유로존 가입국은 극심한 경기침체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가 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당시
그리스 보수당 정부는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 2009년 실제 적자는 12.7%였으나, 당시 집권당은 10% 이내로
발표했다.



2009년 10월 총선에서 보수당을 이기고 집권한 사회당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George Papandreou) 총리는 이런
통계조작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 신용평가 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리스는 결국 지난해 5월 구제금융을 제공받는 나라로 추락했다.



그리스는 유로존으로부터 800억 유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00억 유로 등 모두 1100억 유로를 2012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지원받는다. 그리스 정부는 이런 지원의 대가로 정부 재정적자를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가세 등 세금을
인상하고 복지 혜택을 줄여 나가고 있다. 공무원 노조 등은 이에 반발해 격렬한 시위를 벌여 왔다.



2010년 9월 11일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정부의 긴축재정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 2만여명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일랜드도 그리스와 유사한 경제위기의 전철을 밟아 왔다. 아일랜드 경제위기의 특징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심각했다는 점이다.
건설업이 아일랜드 경기호황의 원동력이었으나, 건설경기 거품이 꺼지면서 건설업체에 많은 돈을 대출해 주었던 대형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도산(倒産) 직전에 몰렸다.



지난해 9월 아일랜드 정부는 최대 금융기관 앵글로 아이리시은행(Anglo Irish Bank)에 무려 300억 유로(약
45조원)에 가까운 구제금융을 제공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아일랜드 정부는 자금조달 시장에서 국채 발행이 어렵게 되자 지난해
11월 말 유로존과 IMF로부터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두 나라 모두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경제력 규모가 각각 2% 내외의 변방국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양국의 경제가 더 어려워졌지만,
위기 이전의 과도한 사회복지 혜택, 생산성 증가를 초과하는 임금상승률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다. 즉 글로벌
경제위기는 두 나라의 잠재적인 경제위기의 현실화를 앞당긴 도화선(導火線)이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두 나라 경제가 망가진
것은 아니다. 양국의 경제정책 실패가 주원인이다.





유로존 출범상의 문제점들


유로화 출범 이후 10여 년 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은 그동안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위기 대응 메커니즘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대응 자체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다. 독일처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인 국가와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처럼 적자를 기록 중인 국가 간의 유로존 내 불균형(imbalance)도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받았다.



단일화폐의 출범은 보통 경제통화 동맹(Economic and Monetary Union·EMU)으로 불린다. 통화동맹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회원국들이 자국 화폐를 버리고 유로라는 단일화폐를 채택하며, 유로존 가입국들의 금리가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ECB)에서 결정됨을 의미한다. 이것을 ‘수렴조건’(convergence criteria)이라고 한다.
유로화를 채택하려면 금리와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국가와 비교해 일정 범위를 초과하면 안 되고, 공공부문의 부채가 GDP의 6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입과 세출을 운용하는 재정정책은 유로존의 각 회원국이 결정한다.



ECB가 결정하는 통화정책과 각 회원국이 정책 자율권을 행사하는 재정정책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두 정책이 분리돼 있어
EMU는 불완전한 경제통화 동맹이며, 경제위기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초기 때부터 제기돼 왔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이런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때 조세(租稅) 인하 경쟁을 자제하고 경제정책의 큰 틀을 서로
준수한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정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별로 효과가 없었다.



또 하나의 비판은 유로화를 출범시킨 유럽연합조약(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을
금지한 것이다. 보통 연방국가라면 자연재해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구성 주(州)나 지방정부를 지원해 준다. 예컨대 미 연방정부가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지원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EMU가 이런 틀을 갖추지 못한 것은
출범과정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단일화폐는 1990년 10월 3일 급속한 독일 통일로 그 도입이 가속화됐다. EMU의 전신은 1979년 3월부터 운영된
유럽통화체제(European Monetary System·EMS)다. 당시 EEC 회원국들은 경제력 규모에 따라 ‘통화 바스켓’을
구성하고, 각국 화폐는 상호 교환비율이 규정돼 있어 상하 2.25% 범위 안에서 교환했다.



즉 변동환율제에서의 급속한 통화변동을 억제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조정가능한 환율 연동제를 운영했다. 이 체제에서 독일 마르크화는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했다. 당시 독일은 EEC 9개 회원국 가운데 경제력 규모가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최대의 경제대국인
데다가 독일은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물가안정정책을 정책 우선순위로 선정해 철저하게 시행해 왔다.



이에 따라 독일 마르크화(貨)는 EEC 회원국 간의 결제통화로 주로 사용됐고, 다른 회원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를 상당부분
차지하게 됐다. 이 때문에 독일의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결정하면, 다른 EMS 회원국들도 이를 따라가야 했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독일 통일이 급속하게 이뤄졌다.



프랑스나 영국, 베네룩스 3국 등은 당시 서독 정부가 통일을 밀어붙이면서 통일 이후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을 펼치지 않을까 크게
우려했다.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독일 통일이 유럽통합의 과정 속에서 이루어짐을 프랑스 등 주요 EEC 회원국에게 납득시켰다.
통일된 독일이 계속해서 유럽통합의 틀 안에서 다자주의 외교정책을 보여주기 위해 독일 마르크화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EMS 내 기축통화이던 독일 마르크화를 포기하는 대신, 독일은 자신의 경제운용 원칙을 EU 차원에서 채택할 것을 밀어붙였고, 이를 관철했다. 그 조건은 이랬다.


‘새로 설립되는 유럽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실행해야 하고, 각국이 수렴조건을 충족해야 유로화를 도입할 수 있다.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은 분데스방크처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프랑스처럼 중앙은행을 재무부의 부속기관으로 여기고 물가안정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회원국들이 과연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 물가안정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선회할까 의구심을 가졌다.


경제운용 원칙이나 ‘경제철학’이 상이한 회원국들을 ‘정치적 의지’만으로 하나의 경제통화 동맹으로 구성할 수 있겠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경제적 시각을 뒷전으로 하고 결국 EMU는 독일과 프랑스 지도자들의 정치적 의지와 주요국의 이해타산이 맞아
출범했다.



하지만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서 분리됐고, ‘회원국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금지’라는 단서조항을 달 수밖에 없었다. 당시 독일 정부는
자국화폐 포기에 대한 국내의 작지 않은 반발을 무마하고자 구제금융 금지조항을 관철시켰다. 흥청망청 돈을 써 경제를 망가뜨리는
주변국들을 무작정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 아일랜드 구제금융 신청 일지



2010년 1월 22일: 아일랜드 정부, EU에 정식으로 구제금융 신청



2010년 11월 30일: 850억 유로 지원합의(EU 450억 유로, IMF 225억 유로 등)



2011년 1월 23일: 브라이언 코웬(Brian Cowen) 총리, 집권당 당수직에서 사직

-연정에 참여한 녹색당 탈당, 단 긴축재정 예산 통과에는 협조

-3월 예정이던 총선을 2월 25일로 앞당겨 실시(집권당이던 공화당 참패, 1932년 이후 1당 자리 내준 것은 처음임. 야당인 통일 아일랜드당 압승)






허술한 유로존의 정책결정 구조만 노출


EMU의 이러한 제도상 미비점은 이번 경제위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2009년 10월 새로 출범한 그리스 사회당 정부가 재정통계가
조작되었음을 발표한 후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그리스 정부는 몇 년 동안 정부 적자를 허위로 축소해 국채 금리를 낮게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거짓말로 드러났으니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8개월이 지난 지난해 5월이 돼서야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제공받았다. 그동안 그리스 정부의 구제금융 요청 부인, 유로존 내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 간의 의견 불일치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구제금융 제공을 금지한 조약이 있기 때문에 그리스를 도와주면
조약을 위반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할지, 그리고 그리스가 불가항력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를 잘못 운영한 것에도 지원을 해 줘야
하는가 등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유로존 회원국 간에 이견이 노출됐다. 유로존의 정책결정 구조가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좀 더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 그리스에 제공되는 구제금융 액수도 그만큼 줄일 수 있었으리라는 비판이 있었다.



결국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과감하게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로존
국가들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을 설립했다. EFSF는 지난해 7월 룩셈부르크에서 10명 안팎의 직원을 데리고 업무를
시작했다. 2013년 6월까지 3년 시한으로 운영된다. 사무총장(Chief Executive)은 독일 재무부 고위관료 출신인
클라우스 레글링(Klaus Regling)이다.



EFSF는 그리스를 제외한 15개 유로존 회원국(2010년 기준)이 4400억 유로 출연을 약속했다. 경제력 규모에 따른 분담이기
때문에 독일이 1200억 유로로 최다 액수를 출연했다. EFSF는 이를 담보로 지난해 12월 25일 구제금융 채권을 발행했다.
그런데 EFSF는 트리플 A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2550억 유로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벌써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느라 절반 정도를 써 버렸다고 한다. 따라서 유로존 차원에서 경제위기에 대응한 ‘실탄’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주려면 이를
증액해야 한다.



시티그룹의 추정에 따르면, 재정적자가 심각한 스페인은 2013년까지 국채 상환과 연장 등에 4670억 유로, 벨기에는 1920억
유로, 이탈리아는 8180억 유로가 필요하다. 특히 스페인은 부실 금융기관의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스페인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급락했는데, 건설업체에 많은 돈을 대출해 준 비상장 저축은행 카야스(cajas) 구조조정에 최대 900억 유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그동안 긴축재정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골자로 하는 개혁정책을 실시해 오고 있지만, 스페인도 다음
‘타자’가 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EU 구제금융 현황: 총 7500억 유로



① 유럽금융안정메커니즘(European Financial Stability Mechanism: EFSM): 600억 유로, 집행위원회가 EU 예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함

- EU 집행위원회가 운영. 자금 제공하려면 27개 EU 회원국의 가중 다수결 필요



② IMF 자금: 2500억 유로

- 엄격한 조건성 지원(지원받는 국가는 긴축재정 등 이행 필요)



③ 유럽금융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 4400억 유로

- 그리스 제외한 15개 유로존 회원국이 지급을 보증하면 EFSF가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발행해 자금조달, 조달한 자금을 지원하려면 15개 유로존 회원국 만장일치의 동의가 필요

- 2013년 종료돼 항구적 구제기금 운영하기로 합의(명칭도 유럽안정메커니즘-European Stabilization Mechanism으로 개칭)하고 조약개정 협상 중

- 자금 및 권한확대 조만간 결론날 듯






유로존 개혁에 조심스런 獨逸


EFSF는 2013년 종결되기 때문에 항구적인 기금(基金)이 필요하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항구적인 기금의 운용을 위해
구제금융 제공을 금지한 유럽연합 조약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독일 정부는 국채를 매입한 민간 투자자들도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로 삽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회원국들도 이에 합의했다.



EFSF의 항구적인 운영이 합의된 상황에서 EFSF의 증액과 함께 권한확대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EFSF는 구제금융 채권만
발행하는데, EFSF가 기금을 확대하면 직접 채권시장에서 경제가 어려운 회원국들의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FSF가 회원국들에 단기자금을 대출해 주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ECB가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를 대량 매입해 줘 금융기관의 어려움을 덜어 주고 있다. EFSF가 ECB와 더불어 이런 기능을 수행한다면
유로존의 위기대응 메커니즘은 크게 향상된다. EFSF의 증액과 권한확대는 3월 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유럽이사회(EU
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에서 어느 정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네덜란드, 핀란드 등은 EFSF의 국채매입, 회원국에 대한 단기자금 대출을 꺼리는 모습이다. 특히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의
입장이 중요하다. 독일은 EFSF의 증액은 원칙적으로 찬성이지만, 권한 확대는 유보적이다. 지난해 독일 내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제공이 조약위반”이라며 일부 경제학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처럼 국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유럽통합에
적극적인 독일이지만, 유로존 개혁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의 분리에 따르는 문제점도 일부 보완됐다. 지난해 10월 EU 집행위원회(EU의 행정부 역할)와 ECB 등은
회원국의 경제정책, 예산의 사전 감독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안을 제출했고, 각국 정상들은 이를 승인했다. 회원국들이 예산
초안(草案)을 집행위원회와 각 회원국에 제출해 상호 간에 초안을 사전 검토하고 의견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법적 구속력은
미흡하지만 이번 경제위기를 통해 회원국들이 경제정책과 재정정책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에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유로존 붕괴의 변수, 스페인




2010년 11월 21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정부청사 입구에서 한 남성이 각료의 차를

가로막은 채 “이제 IMF(국제통화기금)공화국에서 살게 됐다”고 소리치며 항의하고 있다.





올 초부터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구제금융을 제공받지 않겠냐는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됐다. 스페인의 경우 17개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경제규모가 12% 정도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합친 규모보다 약 2배 정도 크다. 그리스, 아일랜드 구제금융 제공이
유로존의 변두리를 건드렸다면, 스페인까지 구제금융을 제공받는다면 유로존이 현재 형식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스페인의 호세 사파테로 총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과감한 개혁정책을 실천해 오고 있다. 부실화한 금융기관 카야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FSF가 ‘실탄’을 늘린 것도 만약을 대비해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경제위기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전개되곤 한다. 바르셀로나대 국제경제연구소 조디
갈디(Jordi Gali) 소장은 “투자자들이 스페인 국채 조달이 어렵다고 인식한다면, 스페인은 국채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지 않으면, 국채 이자율이 올라가고, 정부 적자는 더 심각해져 결국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기의 전염도 투자자들의 떼거리 행동(herd behaviour)으로 설명되곤 한다. 잘못된 상황인식으로 한 국가에 투자했던
투자금이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이것이 인근 국가에도 전염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이런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볼 수 있다.



EMU 설립 초기에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분리됐고, 구제금융 제공도 금지됐다. 이번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두 정책의 분리를 보완하고 구제금융 제공의 제도적 틀을 만들었다.



유로존의 붕괴는 지난 50여 년간의 유럽통합이 뒷걸음질 치고, 경제블록으로서 EU의 존립 자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로존이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구제금융을 제공받은 그리스나 아일랜드의 경우 유로존 탈퇴를 이론적으로는 검토할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양국 모두 유로를 사용하고 있어 모든 부채나 재정이 유로로 회계처리돼 있다.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유로존을 탈퇴해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탈퇴에는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 설령 유로존에서 탈퇴한다 해도 유로에 대한 양국의
화폐가치가 크게 떨어져 기존 유로로 표기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국제 자금시장에서 양국은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 현재도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이 지급보증을 해 주는 바람에
EFSF가 구제금융 채권을 발행해 양국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런데 양국이 유로존을 떠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서 부랑아 비슷한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또 하나는 유로존의 ‘물주’(pay-master) 독일이 그리스나 아일랜드 등의 일부 주변국들을 배제하고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과 소규모 유로존을 형성하는 안(案)이다.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신년사에서
“유로는 우리 번영의 토대다. 독일에는 유럽, 그리고 유로가 필요하다. 매우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우리는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독일은 자국 의회에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 야당 지도자들이 국내 정치적 제약만 감안해 유로존 위기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며 메르켈 총리를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는 우리의 공동 운명이고 유럽(통합)은 우리의 공동
미래”라는 말로 응수하며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함께 유로존 위기 해결에서 밀접한 협력을 하고 있는 프랑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우리에게 유로 탈퇴를 암시하는 사람들을 믿지 말자. 유로의 붕괴는 유럽(통합)의 붕괴다”라며 유로존 붕괴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로존의 위기는 금융위기 아닌 정치적 위기


유로존의 17개 회원국은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한다. 기존 의사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었지만 경제위기를 통해 더디지만 조금씩
정책결정 구조의 미비점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총 GDP의 1% 남짓한 EU 예산을 몇 배 늘려
연방국가 미국처럼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을 신속하게 지원해 줄 수는 없다. 경제위기로 EU 회원국들이 EU 예산의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EU 예산증액은 중장기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 대신 유로존의 EFSF 대출액과 권한도 늘려 나가는
방안이 거의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첫머리에 언급한 구제금융 채권을 명실상부한 유로본드(Euro-bond)로 만드는 것도 유로존의 중장기적인 과제다. 유로존 회원국
모두가 각자 발행하는 국채를 그만두고 유로존 명의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유로본드다. 이는 채권발행이라는 재정정책의 핵심 주권을
포기하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25일 발행된 채권은 말 그대로 구제금융 채권이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 ‘유로채’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잘못된 용어다.



유로존 내의 구조적인 불균형 시정방안도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스, 아일랜드처럼 구제금융을 제공받은 회원국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스페인 등 고복지 저부담 국가들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시기에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기존의 복지를
개혁한다는 것은 기득권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계기로 그리스,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스페인 등도 이런 정책을 조금씩 이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책을 통해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생산성을 높인 독일은 내수진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유로존의 위기는 ‘금융위기’에서 시작했지만 해결은 유로존의 독일이나 프랑스 등 주요 회원국들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정치적 위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적 의지의 결집과 구체적 개혁 실행이 이번 위기 해결의
관건이다.



위기 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가 더디지만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50년이 넘는 유럽통합 과정은 사실상 위기를 극복하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 왔다. 따라서 이번 위기를 너무 경제분야에만 고정시킬 것이 아니라 폭넓은 역사적 시각에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그리스나 아일랜드의 채권을 매입했거나 양국 금융기관에 대출해 준 액수는 소규모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
금융기관들은 아일랜드 금융권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 주었고, 영국이나 프랑스 은행들도 아일랜드에 큰 돈들이 물려 있다.



따라서 유로존 경제위기가 심화된다면 주요국 금융기관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독일이나 영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국내 금융기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5일간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유로존 경제위기가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도 이곳의 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유로존 경제위기의 진행상황에
대해 정책 당국의 면밀한 모니터링, 그리고 시나리오별 대비책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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